제조업 가동률 장기 하락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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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 가동률이 2010년경 이후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 가동률의 장기 하락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교역 부진 등으로 제조업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가운데, 저금리 기조로 투자가 상대적 호조를 보이고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조업 생산과 생산능력이 모두 2010년 이후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증가율이 둔화되었으나, 생산 증가율의 둔화 폭에 비해 최근의 투자 호조 등으로 생산능력이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둔화됐다. 산업별로는 생산 호조 업종(반도체, 정밀기기 등)에서는 기업들의 선제적 투자로 생산능력도 빠르게 확대되면서 가동률 상승이 미미한 반면, 생산 부진 업종(조선, 섬유 등)은 구조조정 지연으로 생산능력 감소가 더디게 이루어지면서 가동률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설비투자 호조, 저금리에 힘입은 한계기업 잔존과 구조조정 지연, 적응적 기대에 기반한 기업 투자 행태 등이 생산능력의 빠른 증가 내지 감소세 완화의 배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제조업 가동률 2010년경 이후 장기 하락세]

국내 제조업 생산 증가율과 평균가동률 추이.jpg

자료 : 통계청

2010년경 이후 국내 제조업 가동률이 장기간 하락 추세를 지속하면서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근접한 수준까지 하락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10년경부터 하락세를 보이면서 2018.1분기 현재 71.0%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제조업 생산도 지난 연말과 올해 초까지 2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성장 둔화와 최근의 설비투자 호조

먼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교역 부진 등으로 국내 제조업 성장세가 현저히 둔화된 반면, 설비투자는 저금리 기조 등을 바탕으로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가동률 하락의 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에는 제조업 성장률이 설비투자 증가율을 대체로 상회했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제조업 성장률이 연평균 3.5%에 그친 반면, 설비투자는 다소 부침이 있음에도 연평균 4.0%의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2017년 이후에는 반도체 주도로 크게 확대됐다.


[제조업 부가가치와 설비투자 증가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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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한국은행


제조업 평균가동률과 생산지수, 생산능력지수의 기간별 연평균 증가율 추이를 보면, 2010년 이후 생산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반면, 생산능력 증가세는 투자 호조 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둔화 폭이 완만했으나, 2010년 이전에는 생산 증가율이 생산능력 증가율을 대체로 상회하였으나, 2010년 이후에는 그 관계가 역전됐다.

[제조업 평균가동률과 생산지수 및 생산능력지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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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통계청


[제조업 생산 및 생산능력 증가율과 평균가동률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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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통계청


생산능력의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세는 저금리 등에 따른 설비투자 호조, 역시 저금리에 힘입은 한계기업의 잔존과 구조조정 지연, 적응적 기대에 기반한 기업 투자 행태 등이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제조업내 한계기업(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2011년 이후에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생산 증가율이 하락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행태가 적응적 기대(adaptive expectation)에 기반하고 있다면, 투자나 생산능력 증가율의 둔화 속도는 생산 증가율의 둔화보다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조업의 한계기업 비중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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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통계청 기업활동조사 (최현경외(2017.12)『, 한계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산업연구원 연구보고서에서 재인용)


생산 호조 업종의 선제적 투자와 생산 부진 업종의 구조조정 지연


산업별로 보면, 생산이 빠르게 증가한 업종들은 생산능력도 크게 확대되면서 가동률 상승이 미미하게 나타난 반면, 생산 부진 업종들은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생산능력 감소가 더디게 이루어지면서 가동률이 크게 하락했다. 생산 호조 업종들 가운데 화학과 반도체는 생산능력도 빠르게 확대되면서 가동률 상승이 미미하였고, 정밀기기와 전자는 생산능력이 생산보다 더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가동률이 오히려 하락했다. 반면 섬유, 조선, 자동차 등 생산 부진 업종은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생산능력 감소가 더디게 이루어지면서 가동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요 업종별 생산 및 생산능력, 가동률 변화(2011~18.1분기)]

주요 업종별 생산 및 생산능력, 가동률 변화(2011~18.1분기).JPG

단위 : %, 기간중 증가율

자료 : 통계청 자료를 이용하여 산업연구원 작성.
주 : 생산호조(부진)업종은 생산 증가율이 제조업 전체보다 유의하게 높은(낮은) 업종.


과거에 가동률이 상승한 기간(2001~07년)과 비교하면, 동 기간중 생산 호조 업종들에서 생산이 생산능력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가동률도 크게 높아지면서 전체 가동률의 상승을 가져온 점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 주요 업종들의 생산과 생산능력 변화율 분포]

제조업 주요 업종들의 생산과 생산능력 변화율 분포.JPG

자료 : 통계청 자료를 이용하여 산업연구원 작성.
주 : 동그라미 크기는 생산 규모를 반영.


가동률 지표와 실제 가동률의 괴리 가능성

가동률 지표와 실제 가동률의 괴리 등 제조업 가동률 통계상 한계가 가동률 장기 하락의 한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제조업 가동률의 추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산업별 가중치가 실제 산업구조 변화와 괴리되어 있을 가능성에 대하여 검토했다.
국민계정의 명목부가가치와 명목산출액 통계로 산업별 가중치를 연도별로 산출하고, 산업별 가동률지수와 가중 합산하는 방식으로 제조업 전체 가동률을 재산출하여 현행 제조업 가동률지수와 비교한 결과, 국민계정 통계로 가중치를 연도별로 재산출한 지수와 현 가동률 통계는 추세상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가중치 문제가 지수 하락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생산능력 통계 추정 등과 관련된 일부 문제들이 지표와 현실의 괴리를 통해 가동률 하락에 일조하였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가동률 산정에 필요한 생산능력의 대표품목과 대상사업체 범위, 생산 개념 등이 생산지수와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 생산능력 계측 대상품목들의 생산 실적이 비대상 품목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생산실적 피크의 적용 기간이 대부분 2년이지만, 일부 주요 품목들은 기간이 없어 생산능력이 과대 추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최근에 비중이 높아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의 경우 대표품목의 수명과 주기가 매우 짧아, 통계가 실제 대표품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해당 업종의 가동률 지수가 과소추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제조업 가동률지수와 산업별 가중치 조정 후 지수 비교(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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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통계청 및 한국은행 자료를 이용하여 산업연구원 작성


최근의 세계경제 회복세, 금리 상승 추이 등은 향후 가동률 추이 전환의 변수

요컨대 제조업 가동률의 장기 하락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교역부진과 초저금리 기조 지속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교역부진에 따른 국내 제조업의 전반적인 생산 둔화 속에 저금리에 따른 설비투자 호조/한계기업 잔존/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인해 생산능력 증가세가 생산보다 완만하게 둔화되고 있다.
그 결과 반도체 등 생산 호조 업종에서는 생산과 생산능력이 모두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동률 상승이 미미한 반면, 조선 등 생산 부진 업종에서는 생산능력이 훨씬 완만하게 축소되면서 가동률이 크게 하락했지만, 최근 세계경제가 유의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 조선산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수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 금리 상승에 따른 주력업종들의 설비투자 둔화 가능성 등은 향후 제조업 가동률 하락세의 진정 내지 반전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본고는 [산업연구원] 민성환, 강두용, 이진면 연구원의 발표보고서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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