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기차시대 배터리 패권 경쟁


전기차, 코로나19 위기로 급성장 국면
EU, 핵심부품 배터리 기술 개발 박차 및 규제 도입 예정


158a26f9a939493afcee397b0ad82d4b_글로벌1_메인.jpg


코로나19 위기에도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은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를 부추기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의 합종연횡 행보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배터리는 현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또 다른 수출 효자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 열리게 될 차세대 배터리 경쟁에서 지속적으로 선도적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차별화와 지속가능성 확대 노력이 매우 중요하며, 이는 차후 K-모빌리티를 한층 굳건히 다질 수 있는 디딤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코로나19 위기로
급성장 국면 돌입

<독일 전기차 판매, 신기록 경신(단위: 대)>

158a26f9a939493afcee397b0ad82d4b_표1.jpg

자료: Statista/ 독일자동차청(KBA)

코로나19 위기로 산업, 소비, 수출 등 경제 전반에 걸친 타격이 크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신기술 정착 및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큰 몫을 하곤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각계의 노력에 소비자도 부응하는 태세다. 이에 따라 2020년 독일 전기차 시장은 -19.1%에 이르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높은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총 19만4,163대가 판매되며 전년 6만3,281대 대비 206.8% 증가했다.

전기차 시장 붐에 편승한 배터리 및
관련 부품 및 소재 시장 호조 지속

<아우디 e-tron의 배터리 단면>

158a26f9a939493afcee397b0ad82d4b_표2.jpg

자료: Automobilwoche

한국은 전기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 중국과 함께 시장을 선도하면서 수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은 한국 LG 화학이며, 삼성 SDI 5위, SK이노베이션 등이 7위 입지를 차지하고 있고, 또한 SK이노베이션, 롯데, 한화, 현대를 비롯한 다수의 기업이 배터리 신소재 개발이나 장비 생산, 경량화 배터리 패키징 기술 개발 등을 추진 중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한국의 대독일 축전지 수출(MTI 4단위 11월 누계 기준)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2019년 12.9%에 이어 7.0% 증가하며 의약품에 이은 수출 2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전기자동차 수출(MTI 4단위 11월 누계 기준) 역시 2019년 43.5%에 이어 92.1%로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아 나가고 있다. 이는 특히 자동차의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가운데 이룩한 성과라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와 더불어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생산기업 역시 편승 효과를 누리며 주목을 끌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다른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이미 예견된 개발 경쟁에서 한국 기업의 거시적 관점에서의 기술 개발 및 투자가 주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 배터리 기술 선도로
미래 시장 선점 및 대 아시아 의존도 탈피 노력

<EU 내 배터리 기술 개발 지원 프로젝트>

158a26f9a939493afcee397b0ad82d4b_표3.jpg

자료: EU 집행위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할 정도로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주 관건이 된다. 성장 궤도를 달리고 있는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으며, 후발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을 비롯해 EU도 개발 지원을 대폭 늘리면서 이 경쟁 대열에 참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한 글로벌 기업의 합종연횡 행보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2020년 자동차 시장의 부진 가운데서도 독보적으로 90%를 상회하는 판매성장을 기록한 미국 테슬라는 기존의 배터리 납품기업인 파나소닉 외에도 중국 CATL과 협력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독일 완성차 기업도 배터리 제조기업과 함께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전기차 시대에 편승한 배터리 공급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폴크스바겐(VW)과 BMW의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와의 협업, BMW와 도요타, 다임러(Daimler)와 중국 패러시스 에너지, GM과 LG 화학, 도요타와 중국 BYD 및 파나소닉 등의 협업이 그것이다.
아울러 EU 내에서는 배터리 원자재 및 혁신 소재 개발을 위시해 재활용에 이르는 전체 밸류 체인에 걸친 협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19년 12월 EU는 배터리 기술 개발 지원 프로젝트에 총 32억 유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코로나19 위기와 함께 급성장 국면을 맞고 있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공급 안정 및 물량 확보를 위해서다. 특히 EU는 아시아 국가가 선도 하고 있는 배터리 시장에서의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생산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략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에 힘쓰고 있다.

EU 집행위, 지속 가능한
배터리 생산을 위한 대책 발표

EU 집행위는 배터리 연구개발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더불어 지난 2020년 12월보다 환경 친화적인 배터리 생산과 원자재 공급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발표했다. EU 집행위의 계획에 따르면, 배터리 등 에너지 저장장치는 보다 친환경적으로 생산되고 보다 오래 사용 가능한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EU 시장에 출시되는 모든 배터리에 대한 필수 요구사항을 제안하고, 더 나아가 배터리 사용에 따른 환경 영향을 축소시키고자 하는 노력과 더불어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배터리 생산 능력 증대에 힘쓰고자 한다.
EU 집행위는 이 제안을 통해 배터리 가치사슬에서 순환경제를 촉진하고 지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 배터리가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EU의 조치는 2050년 기후 중립성을 실현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울러 보다 고기능성의 배터리는 도로교통의 전기화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EU 환경 담당 집행위원 싱크비치오(Virginijus Sinkevicius)는 독일 Welt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배터리 생산을 위한 원자재는 사회적, 환경적으로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확보하고, 배터리 생산에 청정 에너지를 사용하며, 배터리가 보다 더 에너지 효율적이고 긴 수명을 갖도록 규정할 것” 이라고 말했다. 즉, 배터리의 수명이 길 수록 폐기 처분되는 배터리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2020년 12월 독일의 대표 화학기업인 BASF는 2022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시범 설비에 투자할 예정이며, 향후 화석 연료를 재활용 소재로 더 많이 대체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동사 CEO 브루더뮐러(Martin Brudermueller)는 소위 순환경제 솔루션으로 2030년까지 매출을 170억 유로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브루더뮐러는 전문가를 인용해 2030년까지 전기차에서 나오는 150만t 이상의 배터리 셀이 폐기 처분되어야 한다고 전하고 2030년까지 리튬, 코발트 및 니켈과 같은 귀중한 원자재를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회수하기 위한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같이 EU는 '지속가능성’을 내걸며 재활용에 이르는 전체 밸류체인에 걸친 표준화 작업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EU의 계획이 시행될 경우 배터리 제조사는 여러 새로운 규제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이전 보다 더 많은 비중의 폐 배터리가 수집되고 재활용될 것이며, 코발트, 리튬, 구리 및 니켈과 같은 원자재 회수를 위한 더 높은 목표 수치가 규제될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각 배터리 제조사가 생산하는 셀이나 모듈, 전체 시스템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나, 이러한 EU의 노력 속에 배터리 재활용이 보다 효율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배터리 패권 경쟁의 핵심은
기술 차별화와 지속가능성 고취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부터다. 한·미·중·일이 기술 선도로 초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했다면, 후발국인 독일을 위시한 글로벌 선도 기업은 현지 생산 체재 구축 및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보쉬(Bosch)는 이미 수년 전부터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향후 2025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성이 없고, 분리막이 필요 없어 부피 감량 및 고용량으로 제조 가능하며, 다양한 형태로 제작 가능하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어, 차세대 2차전지로 주목 받고 있다.
또한, 테슬라는 중국 CATL과 미래의 배터리라 일컫는 반영구 100만 마일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이는 강한 내구성과 100만 마일(약 160만 km)에 이르는 항속거리 외에도 단가 절감으로 전기차 가격을 기존의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나아가 테슬라 연구개발 파트너인 캐나다의 단(Jeff Dahn) 교수에 따르면, 몇 가지 전해질 액과 첨가제 시험을 통해 200만 마일 배터리도 생산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중국 CATL은 독일 에어푸르트(Erfurt) 인근에 자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늦어도 2022년도에 배터리 생산을 개시할 계획이며, 이미 BMW, Volkswagen를 위시한 다수의 OEM으로부터 수주를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삼성 SDI가 이미 수년 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2020년 초에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항속거리 800km에 이르는 고에너지 밀도 전고체배터리 원천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모은 바 있다. 한국 SK 이노베이션은 음극재를 금속 소재를 활용한 음극재로 에너지 밀도를 높은 리튬-메탈 배터리와 함께 배터리 팩의 무게를 경감한 경량 소재 등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또한 기존의 흑연계 음극재 대비 고용량 및 급속 충전이 가능한 실리콘계 음극재나 나노 소재의 첨가제인 CNT 도전재(양극, 음극 내 전자 이동을 촉진시키는 소재) 등의 신 소재와 이와 관련된 장비 양산을 위한 개발사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국내 중견 배터리 제조사 V에 따르면, 2차 전지는 전기자동차 외에도 전기자전거, 전동공구, 기타 건설기계, 태양광을 위시한 에너지 저장장치 등에도 잠재 수요가 높은 편이라 향후 2차 전지 개발에 보다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하며, 그 수요는 5G 망 구축 등과 함께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를 통한 본격적인 경쟁이 촉발되는 시점까지는 몇몇 기술적 난제나 가격, 안전성 테스트 등의 문제로 아직은 수 년이 더 걸릴 수 있다. 유럽 역시 배터리 생산 및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기존의 배터리 대비 기술 차별화가 향후 시장의 판도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 새로운 배터리 개발을 둘러싼 기술 차별화 및 기존 기술 대비 효과를 입증할 수 있을 때 시장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지속적으로 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머지 않아 시행 예정인 EU의 배터리 규제이다. 소재 개발에서 셀, 모듈, 시스템, 재활용 등 전 밸류 체인에 걸친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생산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EU 규제에 대한 적극 대응 노력 역시 시장의 선도적 입지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러한 신 규제는 ‘녹색보호주의’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무역기술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한국 역시 그린뉴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한 대응은 글로벌 기후보호를 위한 공동대응의 차원에서 선도적인 행보일 것이며,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기차와 함께 수출 주력 상품으로 부상한 배터리 산업의 긍정적인 행보가 기대된다.

본고는 [EU 집행위, 독일자동차청(KBA), Statista, Automobilwoche, Welt, 한국투자교육협회, automobil-industrie.vogel.de, 관계자 인터뷰 및 KOTRA 자체정보 종합] 보고서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저작권자 © INDUSTRY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