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경제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과거의 고도성장기와는 다른 경제성장 속도의 둔화를 들 수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2010년까지 연평균 10%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오던 중국 경제는 지속적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7%를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창타이(新常態) 즉 뉴노멀(New normal) 시대로 대변되는 중국 경제구조의 변화는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해 온 정유산업의 대중국 수출물량은 2011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양적 성장을 추진해 온 중국은 향후 新경제체제로의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조정 과정 속에서 중고속 질적성장을 추진하려고 한다.


중국은 정유산업에서도 자급률 확대, 과잉설비 억제를 위한 구조조정과 산업고도화 위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경쟁구도에 있어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고에서는 중국의 新경제체제로의 전환이 중국 정유산업의 수요·생산 및 발전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 정유산업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중국의 경제개혁과 정유산업의 구조적 변화


(1) 중국 정유산업의 생산 및 소비구조 변화
2014년 기준 중국의 정제설비 능력은 세계 2위 규모로 글로벌 석유 정제능력의 14.6%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정제능력은 2006년 약 700만b/d에서 2014년 약 1,400만b/d로 2000년대 후반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2배 가까이 확대되었다.


기존의 투자 중심의 중국 경제발전 기조는 신규 정제설비 확대를 통한 석유제품의 생산량 증가로 이어졌으며 2012년에는 자국 내 석유제품 공급(1,154만b/d)이 수요(1,022만b/d)를 초과하는 수요·공급 역조현상이 발생하였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이와 같은 과잉 설비투자에 따른 공급초과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2013년까지 정제능력 4만b/d 이하의 소규모 정유공장을 폐쇄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소규모 정유사들이 이를 회피하고자 추가증설에 나서면서 잉여 정제능력이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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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중국의 정제능력은 125만b/d 증가한 1,440만b/d 수준으로 확대되었으며 증가치의 34%에 해당하는 42만 6,000b/d는 4만b/d 이하의 소규모 정유사가 정유공장 폐쇄정책을 회피하고자 증가시킨 것이다.
중국의 전체 정제설비 능력에서 소규모 정유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9.8%, 2012년 21.0%에서 2013년 22.3%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3년 중국의 석유제품 소비량이 약 1,167만b/d인데 반해 정제설비능력은 1,540만b/d인 점을 감안하면 잉여 정제능력은 약 400만b/d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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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유산업의 경우 정부 정책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들을 초래하며 향후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2019년까지 2013년 대비 약220만b/d의 정제설비 확충이 계획되어 있다.
이는 단일 국가 신규 정제설비 증설 계획 중에서 가장 많은 30.4%에 해당되는 비중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장기적 공급과잉이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 경제체제의 신창타이로의 전환은 중국 내 석유제품 수요 증가율의 지속적 감소로 이어지며 공급과잉 현상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의 Sinopec 경제기술연구소는 2020년까지 중국의 석유제품 연간 성장률이 2.5%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석유제품 수요 감소는 수출과 산업 활동의 침체로 인한 경유 및 중유의 수요 감소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반면 자동차 등록대수의 증가로 휘발유 소비가 전년대비 11% 증가했으며 여행 및 운송시장의 활성화로 인해 항공유의 소비량도 6.7% 정도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LPG의 경우는 석화원료 용도로의 수요가 늘어나며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정유사들도 중국 내 석유제품의 소비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휘발유, 항공유 및 벙커C유의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13년 중국의 석유제품별 생산량 증가율을 살펴보면 휘발유 9.9%, 항공유가 18.0%인데 반해 경유는 0.5%를 기록하였다.
또한 중국 국영 정유기업들은 설비 고도화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벙커C유의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중유사업 통합을 통한 생산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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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유사들은 2012년부터 정부가 의무화한 연료품질 규격에 대응하기 위해 고유황 원유 처리능력, 접촉분해, 접촉개질, 수소화 분해, 수소화 정제 등의 2차 처리능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가고 있다.
개질장치를 제외한 중국의 2차 처리설비 비율은 글로벌 비율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 중국 정유산업의 수출입 구조 변화
2014년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입은 자국 내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수출의 지속적 증가에 따라 1991년 이후 23년 만에 100만톤 이하의 차이를 보이며 거의 동등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석유제품 수출은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질적인면 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Sinochem은 연간 처리능력 1,200만톤의 취안저우 정제소에서 유로5 규격의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Sinopec도 2016년 완공예정인 차오페이디엔 정제소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Petrochina는 지난 2월 호주의 석유제품 판매회사와 석유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유로5 수준의 휘발유를 수출하기 시작하는 등 향후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은 석유제품의 품질 향상으로 인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의 석유제품 수입추이를 살펴보면 정제설비 확충에 따른 자급률 확대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2011년 이후부터 점차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제시설 확대 및 설비고도화를 통해 수출 강화전략을 추진 중에 있는 중동국가 및 인도와 셰일가스로 경쟁력을 확보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중국의 석유제품 최대 수입국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경쟁국에 비해 빠른 수입 감소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자급률 확대에 나서고 있는 중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과의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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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별로는 2006년까지 중국의 석유제품 수입량 중 약 75%를 차지하던 벙커C유의 수입량이 2014년에 60%까지 감소하였다.
우리나라 정유산업의 주요 대중 수출품목도 기존의 벙커C유 및 경유 중심에서 항공유 및 윤활유 등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

(3) 중국 정유산업의 구조조정
중국 정유산업의 과잉투자에 따른 공급초과는 정제가동률 감소로 인한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정유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의 중국의 석유제품 생산 및 공급 구조는 북동부의 대규모 정제소에서 대량의 휘발유 및 경유를 남동부에 공급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남동부 해안지역에 자급률을 초과하는 과잉설비가 건설되며 흑룡강성 및 요녕성에 있는 대규모 국영정제소의 정제설비 가동률이 다른 지역의 평균인 80%대에 훨씬 못 미치는 70% 전후 수준까지 하락하였다.
게다가산동성, 하북성녕하자치구등소규모정제소가많이몰려있는지역의정제설비가동률은40% 전후까지 급감했다.
국내 수요 증가율의 저하와 제한적 석유제품 수출도 중국 정유사의 정제설비 가동률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정제설비 가동률은 2011년 평균 70.4%에서 2012년에는 68%, 2013년 중반에는 63% 이하로 저하했고 2014년 5월에는 60% 이하를 기록했다.
중국의 거대 국영 정유사들의 경우 정제능력 과잉에 따른 공급 초과현상이 심각해짐에 따라 정제설비의 신설계획이 연기되거나 중단되고 있다.
지난해 CNPC는 광동성 서부의 CNPC-PDVSA 정제소(40만b/d) 및 운남성 근교의 안녕(安寧) 정제소(20만b/d)의 조업계획을 각각 2년간 연기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외에도 절강성의 CNPC-카타르-쉘 정제소(40만b/d), CNPC의 산동성 정제소(20만b/d) 및 하남성 정제소(20만b/d), Sinopec의 하북성 정제소(24만b/d), CNOOC의 하북성 및 산동성의 원유 증류장치(topper) 증강 계획 등 신규 및 기존 설비의 갱신계획이 재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정유산업은 신창타이로의 전환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되고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설비고도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향후 수년간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경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소규모 정유사를 중심으로 시장경제체제 도입의 확대에 따른 거대 국영 정유사의 구조조정 등 정유업계의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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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사점


우리나라 정유산업은 2000년대의 집중적 설비투자 및 수출확대 전략을 통해 대표적인 기간산업으로 성장해 왔다.
정유산업 매출액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55~60% 정도로 내수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전통적 수출품목인 반도체 및 자동차를 제치고 전체 수출액 중 10.2%의 비중으로 1위를 차지하였다.
우리나라 정유산업의 주요 수출대상국은 일본,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등이며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대중 수출이 대일 수출보다 확대되며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20% 이상을 유지해 오던 석유제품의 대중수출물량 비중은 2012년부터 점차적으로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에는 전체 석유제품 수출 중 대중수출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15.6%까지 하락하였으며 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대중수출 감소의 원인은 2000년대후반 중국 고도성장기의 투자 중심 성장전략에 기인한다.
중국은 정유산업에서도 자급률 확대를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루어졌으며 이후 정제능력 과잉 해소를 위한 정책의 실패가 이를 더욱 부추겼다.
현재 중국의 정유산업은 新경제체제로의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거대 국영기업 중심의 대규모 정제설비 확충계획과 석유제품의 수요 증가율 감소를 고려할 때 공급과잉 추세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유산업의 구조 변화는 우리나라 정유산업의 대중 수출에 있어 양적·질적인 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정유산업의 고도화 설비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유산업이 품질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경우, 자국 내 수급불균형해소를 위한 수출확대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중국 내 또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와의 수출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중국을 대체할 안정적 수요처 확보 및 수출국 다변화 전략을 통해 대중수출의존도를 축소해야 한다.
특히 석유제품 공급부족 국가인 인도네시아 및 베트남 등과 정제 설비 폐쇄로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유럽지역으로의 수출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


대중국 수출에서는 향후 수요증가가 예상되는 항공유 등의 고부가치 제품 수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중국의 신창타이로의 전환은 석유제품의 소비구조에도 큰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자동차의 보급 확산 및 여행·운송의 활성화, 환경규제의 강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석유제품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은 정제능력 과잉 해소를 위한 기업간 구조조정과 더불어 석유제품 가격결정 시스템 등 에너지시장 전반에 걸쳐 시장원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요인은 중단기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정유산업에 있어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고는 <산업연구원> 신성장산업연구실 최동원 부연구위원의 발표자료를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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